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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        [           9일 밤         ]
작   가 :   해리 굿와인  &  라라 에스더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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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다섯번째 상담,   

            내담고객 : 해리
         -  Boss en Lomer 
            (Amstrdam 사건)

                   2021, 3, 20, 15:00

 


오전부터 세 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문서정리를 하다보니 
벌써 오후 세 시다...

 

바로 앞타임 내담자는 남자친구?에게 
스토커 수준의 집착성향을 가지는
마흔다섯살 여성 이었는데,

 

상담사로서, 
아무리 내담자의 사건에
감정적으로 관여되지 않으려해도
케이스 마다 충격들이 있는 편이라
에너지가 소진 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45살에 애가 둘이나 있는데 
남자친구라니...

상담을 직업으로 하다보면 
요즘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자주 느끼곤 한다.

물론 해리 만큼은 아니지만...

해리는 항상 오후 세 시에 
상담을 받으러 오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시간표를 가지고 
직장생활이 가능한걸까?

그런 생활을 이해 해주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믿어야 하나?

자기가 돌아다닌 도시 이야기들을 
새롭게 꺼내고 떠들어 댈 때마다
상담이 점점 공황 속으로 
빠져드는걸 느낀다.

해리는 약속시간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정확한 시간에 맞춰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내가 준비 할 시간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시작부터 부담스러운 
내담자 유형이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회색 수트를 입고 나타난다.
한번도 바뀌지 않는다.

우연의 일치일까?

설마 요일마다 정해놓고 옷을 입는
강박증을 가진 피곤한 사람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얼마전부터 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상담시간 40분이 
모자랄 정도로 1분이라도 더 
떠들어대려고하는 TMI 유형이라
노크 소리가 들려 올 때부터 
피곤함이 느껴진다.  

아...역시 오늘도 회색 수트.

 

 

 

 

 


"안녕하세요."

  해리: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느 도시 이야길 해주실까요?"

     "암스테르담이요."

 

"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요?
  암스테르담은 무슨 일로 가셨나요?"

     "그냥 북쪽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왜냐면 직전 여행이 제네바에서 끝났거든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프랑스 땅이 보이는
      제네바에서요. 그래서 이번엔 아주 북쪽부터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프랑스를 관통하는 
      루트로 20일간 여행하려고 계획했어요."

 

 


"그럼 프랑스 가기 전에 네덜란드부터
  여행 하신건가요?"

     "네. 5박6일 동안 암스테르담에 있었죠."

     

 


"암스테르담은 어떤가요?"

     "오밀조밀하고 견고해요. 도시 분위기는
      자유롭고, 쾌적한 편이예요. 길거리는
      오래되고 어떤 역사적인 때가 진하게 묻은 
      근사하면서도 고상한 느낌이고요.
      공항에서부터 그랬던것 같아요."

 

 


"공항에서 시내까지 어떻게 가요?"

     "입국하면 공항에 빨간 자판기가 있어요.
      열차 표를 살 수 있는데, 그걸 타고 
      암스테르담 터미널 까지 갈 수 있어요.
      역사에 내리자마자 엄청나게 강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요.
      제주도 처럼."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뭘 하셨나요?"

     "그 역사 근처에 암스테르담 패스를 교환해주는
      팬시가게가 있는데, 그 가게를 찾는데 1시간이나
      걸렸어요. 지도에도 안나오고 눈에 잘 안띄더라고요."

 


"암스테르담 패스요?"

     "네. 교통권이라고 보시면 되요. 이틀 혹은 나흘간
      시내버스나 트램을 무료로 이용 가능한 전자카드예요.
      무슨 박물관 같은데에 무료입장도 가능하고.
      패스를 수령하는게 암스테르담 여행의 시작이죠."

 

"사전에 관광계획을 세우셨었나요?"

     "아니요. 그냥 콘서트를 보고 싶었어요.
       프랑스 들어가기 전에 저녁 길거리 문화나
       음식이나 그런걸 자유롭게 즐기면서요."

 


"콘서트요?"

     "네. 요즘에 지어진 건물들 말고.
      1800년도에 지어진 오페라하우스나 뮤지움
      같은 오래된 건물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데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콘세르트 헤바우'라는             
      오라토리움이 있어요. 거기 콘서트가 있었어요"

 

 


"그런 콘서트나 건물들은 유럽 어디서나 볼 수 있자나요"

     "근데 암스테르담은 예술의 도시예요.
      정확히 말해서 공연의 도시죠. 한 블록에
      오라토리움이 한 개씩 있는 특별한 도시고.
      공연문화가 일상적인 벨기에보다 환경이 발달된.
      특히 대마초가 합법이라. 대마초 피우면
      청각이 예민해지는데, 그걸 피우고 콘서트를
      감상하는거죠. 나른해진 상태에서요.
      약빤 느낌이요. 몽롱한 상태의. 그런."

 


이 사람은 상담이 아니라 마실을 나온것처럼
아주 지속적으로 꾸준히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나는 내담자의 감정손실을
감내 하고서라도 자주 흐름을 끊어야만 한다. 

 


"....그래요, 패스 수령 이후에 콘서트를 봤나요?"

     "아니요. 일단 호텔로 이동했어요.
      시내 구경할 겸 40분 동안 걸어서요.
      대운하가 도시 골목 사이사이로 퍼지는
      작은 수로들이 많은데, 특히 커뮤니티 정원
      이라고 도시 동쪽에 있는 큰 정원길을 따라걸어서
      호텔에 갔어요. 오후 네 시 였는데 카약타는 
      사람도 있고,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오리들도 있었고."

 

"보통 도심지 한 가운데에 호텔을 잡지 않아요?"

     "네. 그런데 저는 체코에 갔을때 올드타운에 
      방 잡았다가 후회하고 호텔을 옴긴적이 있어서,
      네덜란드 중심가도 오래된 건물들이라서
      그런데는 시설이 좋지가 않거든요.
      호텔은 시설을 보고 예약하는 편이라서."

 


"그 호텔은 어땟나요?"

     "시설만 보고 예약했는데, 도착해보니까
      1층짜리 호텔이었요. 원래 유럽에
      오래된 도시들은 4층 이상 올라가는
      건물들이 없긴하지만,"

 


"1층짜리 호텔이 있어요?"

     "약간 모텔 느낌나는 호텔있자나요.
      모텔들이 호텔보단 시설이 좋자나요.
      그런 느낌이요."

 


"아아..룸 컨디션이 좋은?"

     "근데 도착하니까 시설 같은건 눈에 안들어왔어요. 
      그날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어서. 몸도 끈적거리고...
      일단 가방부터 내려놓고 싶더라고요"

 

"왜 피곤했죠?"

     "자카르타를 거쳐서 네덜란드로 가는 항로라
      32시간이 걸렸거든요. 하루 이상 공항을
      왔다갔다 하는게 되게 피곤했어요. 그래서
      방에 도착 하자마자 좀 자려고 샤워부터 했는데
      샤워하고 나오니까 방이 이상하더라고요."

 

"어떤게 이상하던가요?"

 

     "침대 옆에 전면유리가 있는데 이게 투명이라
      복도에서 그냥 다 들여다 보이더라고요.
      그걸 커튼으로 가리게 되어 있더라고요.
      속으로 도대체 이게 뭔가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긴 호텔이 있을수가 있나,"


 

"호텔 맞아요? 어디 이상한데를ㅋㅋ"

 

     "흑형이 리셉션을 보고 있었는데, 제 여권을
      확인하더니 this way. 라면서 안내를 했는데
      리셉션 바로 앞에 있던 방이었거든요. 저는
      진짜 그렇게 생긴 호텔도 처음이고 그런 경우도
      처음이라 그냥 안내 해주는대로 따라들어갔어요."


 

"재밌네요, 그걸 샤워하고나서야 발견하다니."

 

     "그때 저는 나체였고, 복도 밖이 다 보이길래 
      깜짝 놀라서 커튼을 치고 혼자 좀 웃었어요.
      그리고 와인 좀 마시고 졸려워서 바로 잤거든요.
      근데 거기서 사고가 있었어요."

"사건이라 하심은?"

 

     "에스더 선생님....."

이 객체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나를 쳐다볼 때마다 의식의 흐름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 사람은 아무렇게나
말 하는데, 나는 그걸 분석 해야만하는
매우 피곤한 직업이다.

"네?"

    "남자도 강간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당할 수 있죠. 물론, 법적인 해석으로서, 
강제성이 동원되는 관계면요."

 

     "강간을 당한 남자들의 심리상태는 어떤가요?"

"그건 캐릭터, 객체마다 후천적 조치들마다 다르겠죠?"

 

     "강간을 당한 남성의 정상적인 이성관계가
      가능한지, 제가 그런 상태인건지 궁금하고
      그래서 이 말을 하려는건데, 그 호텔에서
      그 사건이 일어났어요."

 

 


'후.....드디어 시작되는구나.'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죠?"

 

     "자다가 꿈 꾸는것 같고, 살짝 깬것 같아서
      다시 의식을 놓으려고 했는데, 몸에 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아서 눈을 확 뜨면서 일어났거든요.
      근데 제 침대에 여자가 두 명이 앉아있는거예요.
      저는 꿈을 꾸는줄 알았어요."

 


"어떤 여자들이었죠?"

 

     "처음 보는 여자들이니까. 그 상황에 저는 놀랐고,
      판단 할 정신도 없어서 이불 끌어안으면서
      누구세요! 라고 소리질렀죠."

"한국말로?"

 

     "누구세요? 했는데, 다 외국인이니까
      다시 who r u ? 라고 했죠"

 

"그랬더니 뭐래요?"

 

     "그랬더니 저한테 who r u ? 라고
       똑같이 되묻는거예요. 막 웃으면서"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그래서 저는 반사적으로 I am Korean 이라고
      했고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걔들이 미친듯이 막 웃더라고요.
      박수치면서. 예능에 나오는 한국애들처럼."  

 

"그래서요?"

 

     "그래서 저는 this is my room. i had reservation.
      이라고 하면서 이 방에 대한 나의 소유권을
      주장했죠."

 


"또 뭐라고 했나요?"

 

      "its ok im your friend 라고 하면서
       자기들이 저의 친구라고 하면서 
       계속 웃던데요."

 


"왜 뛰쳐나가지 않았나요?"

 

      "그때 나체 상태였고요...
       상황이 좀 그래서..."

 


"그 여자들은 누군가요?"

 

     "모르죠. 지금도 모르겠어요.
      뭐가 어떻게 된건지. 그때 검은머리랑
      금발이랑 둘이 있었는데, 검은색 머리애가
      갑자기 i wanna sex 라고 소리 지르면서
      침대에 앉아서 방방 뛰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금발 여자는 계속 웃더라고요.
      그 상황이 저는 무서웠어요."

 


"왜 무서웠나요?"

 

     "걔들이 누군지,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까.
      멍한 상태였고 머리가 그냥 텅 비어서
      아무 생각도 없는게 느껴지더라고요.
      멘탈이 그냥 나가서. 꿈을 꾸고 있는거라
      생각을 했어요 그때까지도."

분명히 이 사람은 나에게 강간사건을 의뢰했고
나는 상담자 신분에서 아직도 그 사건이 이 남자에게 
강간사건인지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혹시 지금도 고통스러운가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럼 계속 진행해도 될까요?"

 

     "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검은색 머리가 저한테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면서
      방에서 나가더라고요. 나갈때는 문앞에서 새끼손가락을
      두 개를 세우던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그건 구글에
      찾아봐도 무슨 뜻인지 안나오더라고요."

 


"그 검은색 머리는 무슨 옷을 입었나요?"

 

     "청바지에 장화같은 구두를 신고 있었고요,
      상의는 얇은 흰색 셔츠를 입었어요.
      그때 9월 이었는데 그날은 더웠거든요.
      에어컨을 켤 정도였어요."

 


"금발 여자는요?"

 

     "맨발에 회색 요가팬츠 같은걸 입었고요,
      나시 같은걸 입고 앉아 있더라고요. 상의를
      거의 벗고 있었어요. 노출이 심해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그럼 방에 금발 여자랑 둘만 남은건가요?"

 

     "네..."

 

대화 사이에 잠깐 무거운 정적이 들어섰다.
어떻게 질문을 이어나아가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해리는 질문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질문을 해줘야만 말을 꺼낼 것 같았다.

 

어차피 얘는 정상이 아닌 캐릭터이고,
이미 정상이 아닌 상담인데,

'모르겠다. 그냥 던지자.'

"그래서 둘이 섹스를 했나요?

 

     "네..."

 

짜증을 느꼈다. 투 머치 토커가
갑자기 단답형으로 바뀔 때마다 
나는 정말 짜증나는걸 느낀다.

 

그리고 얘는 더더욱 미친놈이니까...

 

원하는게 있어서 긁어주길 바라면서
상담사를 가스라이팅 하는 중이신데,
         
상담사가 내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다. 
질문을 주관식으로 바꾸어 보기로 했다.

 

"누가 먼저 덮쳤나요?"

 

     "그 여자가요."

"설명해봐요."

 

     "갑자기 그 여자가 이불 위로 올라탔어요.
      그리고 제 목을 한 손으로 졸라서
      저를 강제로 침대에 눕혔어요."


 

"목을 졸랐어요?"

 

     "네. 목젖 있는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서
      저는 아픈데, 걔네 나라 말로 뭐라고뭐라고
      하면서 저를 내려다 보더라고요."

 


"왜 거부하지 않았나요?"

 

     "여자가 힘이 너무 쎘어요. 저보다 쎘어요.
      덩치도 저랑 비슷했고. 근데 그 북유럽
      바이킹 같은 그런 체격이나 힘이 있었어요.
      거부를 안했다기보단, 못했죠. 눌려서."

 


"그래서요? 어떻게 되었나요?"

 

     "제 머리채를 잡아서 끌어당기더니
      혀로 제 볼을 막 핥아대기 시작 했어요.
      턱을 핥다가, 턱 라인 따라서 귀를 핥다가
      귀에 혀를 집어넣더니 자기 입안에 넣고," 

 


"느낌이 어떠셨나요?"

 

     "굉장히...거부감이 들었고요,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었고,
      흥분되는 느낌은 없었고,
      강제로 당하니까."

 


"좋은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고요?"

 

     "좋다기보다는, 금발머리가 허리까지 오는
      길이였는데, 머리가락이 우리 얼굴을 다 덮어서
      이불 속에 얼굴 두 개만 갇혀서 둘이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아무것도 안보이고.
      그 느낌 때문에 약간..."

 


"본인도 그 상황을 동의 한건가요?"

 

     "아니요. 저는 동의 안했어요.
      저는 강압적인 그런 상태에 처하는걸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누가 나를 통제하고
      마음대로 막 대하려는 상황이나 느낌을
      너무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왜 그 상황을 거부하지 않았죠?"

 

     "왜냐면...
      그 여자가 금발이었거든요.
      그리고 눈동자가 완전 하늘색이었어요.
      그 지중해 바다색깔 있자나요.
      세상을 다 녹여버릴것 같은 파란색이요.
      딥 블루."

 

 

 

그때 나는 완전히 직감했고 정의를 내렸다.
 

'아 이 새끼는 진짜 미친 또라이 새끼구나'

 

막 터져나올것 같은 한숨을 참으면서
내 안의 불만과 분노가 다소 과격한 언어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나 스스로도 그걸
인지했지만 절제할 수 없었다.

 

정말 짜증나는 유형의 내담자라 반발심에
나도 맞서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것 같다.

 

 

 

 

 


"그래서 떡을 치기로 하셨나요?"

 

     "아뇨. 그때까지 저는 발기도 안된 상태였어요.
      제가 동의하지 않았고, 원하지 않았다는 증거죠.
      저는 무결해요. 제 의지로 그렇게 된게 아니거든요."

"결국 발기가 되었다는건 해리도 동의한거 아닌가요?"

 

     "아니요. 그거랑은 전혀 별개예요.
      정신은 결국 중추신경을 지배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그때 인체와 우주의 신비를 느꼈어요.
      마치 자석처럼 서로 닿는 순간 반응하게 되는
      원래 그러도록 설계된 지구 생명체로서의
      신비로움 같은걸 느꼈어요. 제 의지와
      전혀 무관한 태초의 원리같은,"

"아, 그래서 발기가 언제 됐는데요?"

 

     "그 여자가 이불속으로 
      들어왔을 때 시작됐어요."

"들어와서요?"

 

     "샴푸 향기가 더 진하게 올라왔고요,
      그 무슨 화장품 지우는 약 냄새 있자나요,
      그때 이불속에 제 몸이 뜨거웠는데, 그 여자
      시원한 허벅지 살 느낌이 얇은 요가복 사이
      넘어로 느껴지면서, 그 여자가 제 바디를
      핥아주기 시작했을 때 발기가 느껴졌죠,"

 

 
"그래서요?"

 

     "중요한거는. 저는 거부하려고 했는데, 
      결국엔 그 여자가 저를 발기 시켰다는거죠."

상담을 때려치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왜 나도 이걸 그냥 계속 
이어 가보고 싶었던 걸까?

 

 

"어떻게요?"

     "그 여자가 제 거기를 이빨로 물었어요.
      아마 어금니 쪽 가운데 이빨 이었던것 같아요."

 


"평소에 깨물어주면 발기가 되시나요?"

 

     "아니요. 저는 여자가 입으로 건드는걸 싫어해요.
      그런데 마치 그날은 전기가 통하는것 처럼
      그때 기분이. 망가진 옛날에 오래된 전축같은
      기계에 전기가 갑자기 확 통하는 기분처럼
      갑자기 전원이 들어오는 짜릿한 느낌이었어요."

 

 


"정확히 어디를 물었나요?"

 

     "귀두 위쪽 표면을 물었어요. 그랬더니 순식간에
      발기가 되기 시작했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빨리 발기를 경험한건 처음이었거든요."

 

 


"여기서부터는 상황에 동의를 하신거죠?"

 

     "아니요."

"왜 아닌가요?"

 

     "그때부터 그 여자가 저를 
      섹스하고 싶게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동의를 한건 아니예요."

 

 


'그래. 한 달 동안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 가보자. 이 미친 새끼야.'


 

"그 여자가 어떻게 했나요?"

 

     "발기 되는걸 보더니, 갑자기 자기 엉덩이를 
      제 얼굴에 가져다가 대고 제 얼굴 위에 그대로 
      주저 앉았는데, 요거팬츠에 그 부분만 젖어 있어서 
      젖은 바지 때문에 제 코랑 입이 막혔어요. 
      숨 쉬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엄청 흥분 되더라고요." 

"평소에 숨을 못쉴 때 흥분을 느끼나요?"

 

     "아니요. 그냥 그 상황이 그랬어요."
      

 


"무슨 그냥 상황이요?"

 

     "그 여자는 회색 요가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부분만 젖어 있었거든요. 그런걸 입고
      내 코와 입에 가져다가 비벼대고 있는데, 
      그런 강압적인 행동들도 그렇지만,
      일단 거기서 나는 향기가 너무 좋았고요,
      그리고 레깅스 같은 바지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이나, 그런걸 입은 여자랑 섹스하는
      상상은 누구나 다들 하고 있자나요."

 

"그건, 일반화의 오류 같은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발기가 안되는 남자라도,
      아니 발기가 되었는데 어떤 의지가 강한
      남자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래서 그때부터는 즐기기로 하셨나요?"

 

     "약간 그랬던것 같아요. 아니 그때도
      꿈꾸고 있는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차피 꿈 인것 같으니까 차라리 즐기자?"

     "네. 그렇죠. 
      딱 그 느낌이었어요."

 

 

난 이 인간이 혹시 도덕경이나 도교 같은 
사상을 신봉하고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평소 연애 안할때 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나요?"

     "저는 오나홀을 씁니다. 모르는 사람하고
      만나서 교제도 하지 않는데 섹스를 하는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쓰는 오나홀은
      손이 필요없고 편하게 누워서 할 수 있는 
      고급 오나홀이예요. 일본 키테루사 작품으로
      2013년도 한정판 정품인증을 받았죠."

"연애를 해야만 섹스를 하시나요?"

     "당연하죠. 성병 검사 받고 과정을 다 거쳐야
      할 수 있는거죠. 관리 안되는 여자들보다는
      차라리 오나홀이 더 깨긋하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출국 하기전에 얼마동안 섹스를 안했나요?

 

     "지난 여행 이후로 이성관계가 없었으니까
      두 달 정도 안한거죠."

 


"오나홀 자위도 안했나요?"

 

     "여행 하기전엔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금욕을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해외에 나가서 하는건가요?"

 

     "꼭 나가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단지 나가게 되면 혼자 다니다보니 그런 만남이
      생기게 되고 부담이 없다보니 그렇게 진전되고
      더 과감해지는거지. 그걸 바라고 나가진 않아요."

 "그러면 어느정도 염두하고 여행을 다녔고,
  본인도 흥분하고 동의해서 섹스를 했는데,
  그걸 강간으로 볼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흥분은 제 몸이 했지 저의 정신이 한건
      아니고, 동의없이 강제적으로 기습의 형태로
      이루어진거고, 섹스에서 저는 제 마음대로
      몸을 다룰 수가 없었고, 일방적으로 
      착취를 당했기 때문이죠."

"착취요?"

 

     "네. 제가 이전까지 경험했던 성관계는
      서로 흐름이나 박자를 맞춰서 하는데
      그때의 섹스는 마치 여자바이킹에게
      일방적으로 눕혀져서 반항하다가
      결국엔 도끼에 학살 당하는 해변가에 
      양민이 된 느낌이었어요."

 


"일방적이라면 무얼 말하는거죠?"

 

     "그 여자는 시작부터 제 얼굴에
      자기 성기를 가져다댔고 저를 숨막히게
      압박했어요."

 


"향기가 좋았다면서요?"

 

     "유럽 여자들은 관리를 잘 하자나요.
      베이비로션과 장미향 같은게 났어요. 
      그 바지에서 나오는 끈끈하고 따듯한 애액이
      제 코를 흠뻑 적시면서 거기를 흔들어댈 때
      잠깐씩 증발하는 장미향이 엄청 더 강해지는데
      저는 숨이 막히고있었고 제가 유일하게 들여마신
      호흡에 바지에 젖은 진한 장미향이 전부였던거죠.
      거기서 저는 약간 행복감이나 사랑 비슷한걸
      느낄 수 있었어요."

 

      
"행복과 사랑을 느꼈다고요?"

 

     "저는 원래 그런 가학행위를 즐기는
      타입은 아닌데, 저의 섹스 판타지는
      예의있고 격식과 감성이 있는 섹스거든요.
      그래서 그런 강압적인 관계 때문이 아니라
      제가 맡았던 그 바지의 향기나 애액의
      부드러운 촉감 같은것 때문에
      행복을 느낀거겠죠."

지금 이 인간이 한 말들을 녹음해서 들려주고 싶다.
 

상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야겠다고 느꼈다.
다시 들어보고 스스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묻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강압적인 관계라면, 주도권이 전혀 없었나요?"

 

     "네. 저는 마치 그 여자의 하인처럼
      계속 그 여자의 아래에서 그 여자가
      시키는대로 강제로 행동해야 했어요.
      하인도 아주 충실한 하인이요.
      주인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하인이요."

 

 


"노예기질이 있으신것 같은데요?"

 

     "아니요. 그 여자가 저를 노예로 만들었어요.
      제 귀두를 깨무는순간 그냥 다 마비됐고
      그렇게 숨막히는 상황에서 저는 살고싶은
      오직 생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다른건
      생각 할 수 없었어요. 저는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쳤어요. 근데 벗어날 수 없었고
      그 여자가 제 신체를 강제로 구속했어요." 

 


"하지만 행복을 느꼈다 이거죠?"

 

     "아니요. 아니요.
      제가 경험했던 한국여자들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그곳의 가장 아름다운
      향기에서 행복을 느꼈던 것이고요,
      그 여자랑 섹스는 저에겐 생존이었고
      살아남기 위한 전투였다고요."

 


"전투라니요?"

 

     "제가 숨을 못쉬고 있다가 잠깐 호흡이
      가능해지길래 눈을 떠보니까 그 여자가
      팬츠를 벗고 있었고, 저는 일어나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그 여자의 벗은
      엉덩이가 다시 제 얼굴을 덮쳤어요.
      제 이마와 얼굴 전체가 다 애액으로
      잔뜩 젖어서 흘러내릴 때까지 계속이요."

 

 

이런 투쟁심을 가진 폭발형 내담자들에겐
나 역시 시선을 회피해서 지고싶진 않지만.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

     "그러더니 그 여자가 제 동의도 없이
      올라탄 상태에서 갑자기 자기마음대로
      삽입을 했어요."

 


"왜 거부 안하셨나요?"

      "제 얼굴을 누르면서 다시 배 위로
       올라탔어요. 누운 상태에서 일어날
       기회가 한 번도 없었어요."


 
"피임은 하셨나요?"

     "하려고 했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삽입을 해버려서 콘돔을 껴야 한다고
      말 하려고 했는데, 그 여자가 또
      제 목을 졸라서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숨을 못쉬고 있었고, 
원치 않는 섹스를 강요 당하는데,
그럼 강하게 저항하면서
거부의사를 표시해야 맞는거 아닌가요?"

     "그럴 수가 없었어요."

 

 

 

 

 

 

 


내담자에게 '왜?' 라는 표현은 
상담사들에겐 금기어다.

'왜?'는 상대방이 잘못된 선택이나
판단을 했을 때 회의적인 느낌이
들도록 하는 부정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내담자들에겐
'왜?'가 아니라 '무엇?'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나는 이 인간한테는 되도록
왜?를  많이 쓰고 싶었다.

 

 


"왜요? 지배 당해서요?"

     "아니요. 그 상황이.
      상황자체가 거대한 음모였어요"

 


"음모라니요? 무슨?"

     "그 여자가 삽입을 하려고 하는 순간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침대 옆에 통유리창 있자나요.
      커튼이 열려 있더라고요. 밖에서 방 안을
      다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커튼이 열려 있었다고요? 닫았다면서요?" 

     "모르겠어요. 언제부터인가 커튼이 
      열려있었어요."

 


"검은머리 여자가 열고 나간건가요?"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런걸 볼 
      정신이 없었어요. 밖에서 커튼을
      여는 장치가 있었을수도 있고,"

 


"밖에서 누가 들여다보고 있었나요?"

 

     "여섯일곱 정도 되는 사람들인데
      다 제 나이또래 젊은 애들이었고
      네덜란드 애들이것 같았고요,
      남자랑 여자랑 섞여있었고
      그 검은머리 여자도 거기 있었었요."

 


"그 사람들은 뭘 하던가요?"

 

     "새끼 손가락을 세우고 저희를 향해서
      마구 흔들어 대면서 Ye~Wow~같은
      그런 조롱섞인 감탄사들 있자나요.
      그런 소리를 지르면서 손바닥으로
      유리벽을 마구 때리면서 웃고,"

 


"그럼 더더욱 뛰쳐나가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니요. 제가 커튼 열린거 봤을때는,
      이미 그 여자가 제 목을 조르면서
      피스톤을 시작했을 때였어요.
      목이나 어깨나 몸 전체가 억지로
      눌려있어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어요."

 


"빠져나갈 수가 없다. 라는걸 느꼈을때,
해리는 무슨 생각을 했나요?"

 

     "굴욕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지배당하고 농락당하는 하나의
      장난감이 된 신분으로서, 노예로서.
      그치만 저는 명예로운 사람이고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견딜 수 없고
      저의 이런 굴욕은 한국남자 전체의
      굴욕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어요.
      잠깐의 그 순간동안이요. 일종의
      애국심 같은, 독립운동 정신이나,"

 

 

 

 

 

 


나는 순간 웃음이 나올뻔 했는데, 

고엽제 피해를 받은 재향군인을 상담치료
했던 경험도 있지만, 이 인간의 정신상태나
사고회로의 연결은 적용될 만한 케이스가
없어서 예측할 수도 없고, 학술적인 근거로도
연구 할 수 없을 정도로 신박한 또라이라는걸

직감 할 수 있어서였다.

 

 

 

 


"해리, 도대체 왜 거기서 애국심이 나오는거죠?"

 

   "저는 군복을 입은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해외에 여행을 가도 저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예비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이 왜 그 상황에서 나오는걸까요?"

 

     "왜냐면 저는 생존을 위한 훈련을 받았고
      진정한 군인은 생존이 희박한 상황에서
      훈련 받았던대로 본능이 발휘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의식이 오락가락 하는걸 느낄 수 있었다.

멀쩡히 '요'나 '죠'같은 표현을 사용하다가도
 

군대 이야기가 나오거나 국가, 애국, 사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다,나,까'로 바뀌는데
그냥 미친놈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내가 상담사인걸 순간순간 망각하게 되고,
마치 커피를 마시며 아침 드라마를 보고 있는 
평범한 동네 아줌마가 되는 기분이랄까...

 

해리는 나에게 그런 느낌을 들게 해주는 
참 이상하지만 독보적인 내담자였다.

"그래요, 해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뭘 했나요?"

 

     "그 상황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고
      상황에 끌려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섹스에서 주도권을 잡고 그 여자를
      꼭 반드시 이겨보겠다, 내가 꼭 승리해서
      그 지켜보는 인간들을 패배시켜서
      숭고하고 숙연하게 만들어야겠다,"


 

"해리는 섹스에서 주도권이 중요한가요?

 

     "그런 상황에서 그런 상대에게는
      중요하죠. 왜냐면 저는 그 전투에서 
      승리 해야만 하니까요."

 


"그 상황을 왜 전투로 받아들였을까요?"

 

     "엄청나게 격렬했거든요. 
      제가 경험해본 섹스들 중에 가장.
      격렬하고 파워가 넘치고, 힘대 힘의
      경쟁이었고, 만족이나 행복을 위한
      섹스가 아니라, 저를 죽이기 위해서
      압박하는 그런 섹스를 하고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저도 되받아쳤죠. 
      그때 저도 운동을 유지하고 있었을때라
      살도 안찌고 몸이 엄청 좋았거든요.
      저도 받아 쳤어요. 가만히 있으면
      그 여자가 내리찍는 동작 때문에
      나의 고환이 다 터져버리고 말겠다는 
      위기감 때문에, 저도 강하게 받아치면서
      바닥에 눌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게 통했나요?"

 

     "아니요. 그 여자가 너무 힘이 쎘어요.
      그리고 제 몸을 양손으로 누르고 있어서
      허리에 탄력을 이용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반격 한다고 했는데 겨우겨우
      방어하고 막는 수준 이었던것 같아요."

 


"참 애매한게, 동의없이 시작했지만,
중간에 본인도 섹스를 하기로 동의했고,"

 

     "아니요, 동의하지 않았어요.
      저는 저를 보호하고 그 부당한 싸움에
      승리하기 위해서, 승리해서 저의 존엄과
      숭고함을 지키기 위해서 반격했던 거죠.
      그 여자가 저의 신체를 자극해서 충주신경이
      섹스에 응하고 싶게 만들었지만, 저의 정신은
      그 사건과 상황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그래. 이 또라이새끼야.'

사고방식을 전혀 이해 할 수 없지만 
이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요. 그래서 얼마나 버텼나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로는
      엄청 오랫동안 버텼고, 원래 섹스를 하면
      좋은 느낌 때문에 사정하고 싶은 느낌이
      들지만, 그때는 그런 느낌이 없었고,
      그냥 내려찍는 타이밍에 나도 받아친다에만
      집중을 했고요, 한 30분 정도 버틴거 같아요."

 

 


"전부 다 합쳐서 30분? 그 사건들 전부요?"

 

     "아니요, 제 기억엔 섹스만 30분이요.
      그 강력한 피스톤 전투만 30분이요.
      같은 자세로 30분이요."

 


"좋은 느낌이 없었고, 사정감도 못느꼈는데,
그 상황이 어떻게 끝났나요?"

 

     "만약에 제가 사정을 하고 상황이 끝났으면
      지배 받았다고 느끼는게 덜 했을것 같아요.
      근데 그것조차도 그 여자한테 지배 받았어요"

 


"어떻게?"

 

     "처음 삽입 했을때, 저는 외국여들과 섹스를
      여러 번 경험했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인게,"

 


"아니, 구태여 그런 느낌은 말 안해도 되요."

 

     "아니요. 중요해요. 
      끈적거리는 알로에 맛사지 크림을 품은
      부드러운 바셀린에 제 성기를 꽂아넣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바셀린 덩어리가, 잔뜩 젖어서 풀발기 된 
      제 성기로부터 밀려나가 천천히 열리면서 
      강하게 휘어감아 달라붙는 그런 느낌이요. 
      이건 남자에게 정말 중요한 느낌이예요."

 


"그게 지배 받는 느낌이랑 무슨 관계가 있죠?
사실 그건 본인도 황홀했다는 표현 아닌가요?"

 

     "물론 신체적인 느낌이 좋았고,
      그게 저의 신경계를 따라 뇌를 자극해서
      좋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저는 그 좋은
      느낌과 동시에 위협에 있다는걸 깨닫고,
      방어를 해야만 하는걸 느꼈거든요."

 


"무엇으로부터의 방어요?"

 

     "좋은 느낌 때문에 빨리 사정을 해버리면
      망신을 당할거고, 그 창밖의 미친놈들이
      한국인과 동양인 전체를 무시할거고
      그리고 지금 나를 공격하는 이 여자에게
      완전히 패배하게 될 거라는 그 위기감이요."

 


"그러니까, 느낌은 좋았지만 버텨야했고,
섹스가 아니라 전투였고, 동의가 없었고,
그래서 강간으로 보는거다?"

 

     "흐름은 맞는데, 저는 그 상황이 성범죄라고
      생각을 하는거죠. 저를 쇼윈도에 전시하고
      제가 버티는 모습을 관람하고, 혹시 한국에도
      부유층들이 그런 취미가 있다들었는데.
      돈을 걸고 남자랑 여자중에 누가 이기나
      지켜보는 그런 도박경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집단 전체가 저를 강간 한거로 보는거죠."

 

"그래서 결국 해리가 이겼나요?"

 

     "아니요. 처음부터 불리한 싸움이었어요."


 

"뭐가 불리하다는거죠?"

 

     "불리하죠. 여자는 여러번 사정할 수 있자나요.
      여러번에 걸쳐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자나요.
      애당초 이런 경쟁을 붙이는거 자체가
      남자 입장에서는 너무 불리한거죠."

"그걸 경쟁으로 받아들인건 해리자나요?"

 

     "저는 이전까지 외국여자도 한국여자도
      제가 경험한 섹스들은 전부 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이고 격식이 있는 예의바른 섹스였어요."

 

 

 

이 인간이 어느시대를 살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워드를 발견했다. "예의바른".....

 

 

 

"그런데요?"

     "그 상황은 낭만적인 섹스를 바라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 여자의 태도는 이기적이었고
      야만적이었거든요. 경쟁과 생존과 본능과
      짐승같은 지배욕과. 그런걸 느꼈거든요."

 

"그런데 신체적으로 좋은 느낌도 교차했다?"

 

     "네. 아무래도 육체가 자극이 되니까요."

 


"그 여자 반응은 어땠나요?"

 

     "솔직히. 저는 제가 이겼다고 봅니다"

 

 

 

'이새끼. 또 시작이다.'

 

 

"이겼다니요?"

 

     "저는 여자들이 위에서 할 때가
      제일 편하고 자신있고 좋아요.
      왜냐면 여자들이 제일 흥분하고
      잘 느끼는 체위이기도하고,"

 

 


"그건 사람마다 달라요."

 

     "그 여자도 가슴부터 볼까지 
      빨개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건 기분이 좋을때 여자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니까요.
      저는 제가 잘 하고 있다고 확신했어요."

 


"근데 해리가 이겼다는 근거는 뭐죠?"

 

     "그 여자는 여러번 오르가즘을 느꼈어요.
      숨쉬는걸 멈추고 눈감고 못참는 소리 내면서
      몸 전체가 경련하는건 오르가즘 느끼는거자나요.
      그 여자가 사정을 했는지는 분명히 모르겠지만,
      서로 몸이나 침대가 온통 땀이나 애액으로 
      젖어있어서 구분이 안됐거든요."

 


"그런데 아까는 이겼다고 안했자나요?"

 

     "결국엔 제가 못참고 싸버렸고
      그래서 발기가 풀렸고 상황이 끝났으니까.
      패배의 원인을 저한테 몰아가겠죠.
      근데 저는 제가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아...진짜 노답 그 자체...' 

 

 


"그래요, 사정을 하는 순간에는 좋았나요?
그것도 해리의 정신은 동의하지 않는 신체적인
만족에 불과한가요?"

 

     "저는 강간의 상황과 과정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거지, 사정 이후의 평안과 행복감
      안정감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대체 무슨 소리죠? 지금?"

 

     "제가 경험해본 섹스들 중에
      그 자세에서 그만큼 많이 뽑아간 여자는
      그여자가 처음이었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고.
      그 나름대로 사정 이후의 의미를 저는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섹스가 끝나고나서 그 여자는 
어떤 행동을 보였나요?"

 

     "자기네 나라 말로 뭐라고 말 하면서
      손으로 제 볼을 살짝 꼬집더니
      웃으면서 나가던데요."

 


"그냥 나갔어요?"

 

     "네. 바지도 안 입고, 샤워도 안하고
      그냥 끝나자마자 바닥에 내팽겨쳐졌던 
      그 회색 요거팬츠만 들고 슬리퍼 신고 
      문 밖으로 걸어서 나갔어요"

 


"밖에 있던 사람들은요?"

 

     "여전히. 저를 보면서 woow~woo~ 같은
      고함을 지르고 벽과 유리창을 두드리면서
      손뼉을 치고 가운데 손가락 새끼손가락
      펴면서 박수치고 소리를 질러대던데요.
      어떤 남자애는 제가 누워서 했던
      섹스 동작을 따라하면서 비웃고 있었고."

 


"기분이 어떻던가요?"

 

     "비로소, 얘들이 원하는게 뭐였는지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긴장이 풀리고
      정신이 다시 들었다고 해야되나.
      마치, 사격장에서 20발을 연달아 쏘는
      사격훈련이 끝나고 윙윙거리는 진동이
      다 멈췄을때, 눈에 보이는 세상의 색깔이
      정상으로 보정되는 느낌이었어요."

 


"그건 긍정적인 방향의 느낌인가요?"

 

     "그렇죠. 아무래도. 현실로 돌아왔으니까요.
      그런데 그 전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이었고
      새로운 루트의 경험이라, 반대로 현실에
      돌아온 것에 대한 상실감도 느껴졌던것 같아요."

 


"상실감을 느껴요?"

 

     "그런 경험이 일반적이지는 않자나요.
      아니, 살면서 다시는 못해볼 경험이고
      어쩌면 꿈에서나 겪을 상황이자나요."

 


"아쉬움을 느끼는건가요?"

 

     "제가 상황을 주도하지 못한것에 대한
      그런 아쉬움 같은게 아직 남아요.
      강압적인 전투와 같은 상황에서
      나보다 강한 여자를 만나서 
      내가 힘과 기술에 지배당하는
      그런 상황에서 주도권을 달성하지 못한
      나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회의감?
      아쉬움 보다는 자괴감인것 같아요."

 

그때 알람이 울렸다. 40분이라는 시간이
벌써 지나갔다고, 이제 멈춰야 할 때라고.

 

 


 
"아. 벌써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 상담내용은 캐릭터 분석에 
참고 하도록 할게요."

 

     "제가 말 못한 내용이 있는데요,"

 

 


"뭔데요? 짧게."

 

     "제가 암스테르담부터 시작한건.
      지오토부터 세잔, 고흐로 이어지는
      르네상스와 인상파들의 발상지여서
      그 예술루트를 따라 간거예요."

 

 


"그게 다음에 소개 할 내용들인가요?"

 

     "네. 프랑스 파리요.
      지오토와 세잔이 있는 파리요."

 

 


"그래요. 그럼 다음주 목요일 
세 시에 뵈요."

 

     "네. 안녕히계세요"

"네. 안녕히가세요"

 

     "근데 에스더 선생님.."

 

 

 

 


상담실 문을 나서려던 해리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다시

나를 불렀다.

 

 

 

 

 


"네?"

   "선생님. 
    저는 에스더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네? 갑자기,"

   "선생님은 이미 제 삶에 들어와계세요,

     매일 저에게 긍정의 영향을 주고 계세요.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엔 로저스 기법으로
      상담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해리는 그때 심리상담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었고, 여러가지 상담기법들을 
이미 통달했었다는 사실들을 말이다...

 

 

     "왜? 라는 질문을 쓰지않는
      로저스 기법 말이예요.
      에스더 선생님한테
      더 잘 어울리실것 같아요"

 

 


"네. 고려해볼게요."

     "안녕히계세요."

 

 


머리에 폭탄을 맞은 기분이었다.

그날 다행히 이 시간 이후에 잡혀있는
상담일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을 정말 피곤하게 만든다.

아니 그러면서도 왜 나는  해리에게
계속 관심을 갖게 돼는걸까?

 

그리고 해리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충격적이면서도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들이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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